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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면시장맛집 손칼국수, 돼지국밥

by 바헌 2025. 5. 4.

부산 서면시장 맛집 탐방기 – 돼지국밥, 통닭, 손칼국수로 느끼는 진짜 부산의 맛
부산은 바다의 도시이지만, 바다만큼이나 사람의 정이 깊게 밴 곳이 있다. 바로 전통시장이다. 그중에서도 서면시장은 부산 한복판에 위치하면서도 여전히 정겨운 시장 특유의 온기를 간직한 공간이다. 새벽부터 시작된 분주한 상인의 움직임, 좌판 위에 놓인 싱싱한 생선과 야채, 길게 이어지는 주전부리 골목까지. 이 모든 풍경 안에는 시간이 쌓여 있다. 그리고 그 풍경의 중심엔 푸짐하고 맛깔나는 음식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서면시장에서 꼭 맛봐야 할 세 가지 음식, 돼지국밥, 통닭, 손칼국수를 중심으로 진짜 부산의 맛을 소개해본다.

▣ 첫 번째 정지점 – 속을 달래주는 진국, 돼지국밥
서면시장을 찾았다면 가장 먼저 들려야 할 곳은 바로 돼지국밥집이다. 부산 사람들의 소울푸드인 돼지국밥은, 이름만 들으면 흔해 보일지 모르지만 정성과 기술이 집약된 음식이다. 특히 시장 안 국밥집은 오랜 세월 장사한 만큼 육수에 진심이다.

서면시장에서 유명한 한 국밥집에 들어서자, 곰탕 특유의 깊은 고기 향이 후각을 자극한다. 뚝배기에 담긴 국밥은 단출하면서도 묵직한 비주얼이다. 숟가락을 한입 떠보면, 뽀얗고 고소한 국물에서 오랜 시간 푹 고아낸 돼지 뼈의 진한 맛이 느껴진다. 이곳의 특징은 기름기가 적고 깔끔한 국물이다. 비린 맛이 전혀 없고, 뒷맛이 담백해 국물 한 방울까지 마시게 만드는 힘이 있다.

국밥 위엔 적당히 두툼한 돼지고기 수육이 듬뿍 올라가 있다. 고기의 결이 살아 있고 부드러워, 씹는 맛이 살아있다. 여기에 부추와 새우젓, 들깨가루, 양념장을 넣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간을 하면, 어느새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이 한 그릇엔 시장의 온기, 장인의 기술, 부산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 두 번째 코너 – 바삭바삭 통닭, 추억을 튀기다
서면시장 한 켠에서는 기름 냄새와 함께 연기가 자욱하게 올라온다. 바로 옛날통닭을 튀기는 곳이다. 어린 시절 엄마 손을 잡고 따라갔던 시장 골목에서 먹던 바로 그 노란 종이봉투에 담긴 통닭의 향수가 그대로 되살아나는 순간이다.

이곳의 통닭은 프랜차이즈 치킨과는 다르다. 온 닭 한 마리를 통째로 밀가루 반죽에 입혀 튀겨내는데, 바삭한 껍질 속에 쫄깃한 살코기가 가득 들어 있다. 따끈한 닭다리를 손에 들고 한 입 베어 물면, 바삭한 튀김옷이 입 안에서 부서지며 기름 향과 닭고기의 고소함이 한데 어우러진다.

무엇보다 이곳의 매력은 간단한 소금 양념이다. 별다른 소스 없이도, 그 자체로 완벽한 밸런스를 자랑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이 통닭은 시장표 치킨의 교과서 같은 맛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 단위 손님도 많고, 혼자 방문한 여행자도 하나씩 사서 길거리에서 뚝딱 해치우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가게 옆에서 판매하는 시원한 맥주나 막걸리 한 잔과 곁들이면 그야말로 천상의 조합이다. 어른들에겐 추억을, 젊은 세대에겐 새로움을 주는 이 통닭은 서면시장만의 매력적인 포인트다.

▣ 세 번째 이야기 – 손맛이 살아 있는 손칼국수
시장의 마지막 구간, 한적한 코너로 들어서면 고소한 멸치 육수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가마솥 위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이곳은 손칼국수 전문점이다. 가게 이름도 특별할 것 없이 ‘○○손칼국수’지만, 진짜 특별한 건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국수 한 그릇이다.

이 칼국수는 주문이 들어가면 그때그때 반죽을 밀고 면을 칼로 썰어낸다. 그래서 국수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면을 써는 소리가 주방 안에서 들린다. 직접 뽑아낸 면은 시중 칼국수보다 굵고 길이가 일정하지 않다. 그 투박함이 오히려 진짜 ‘손맛’을 느끼게 해준다.

멸치와 다시마, 그리고 약간의 건새우로 우려낸 육수는 자극 없이 깊고 깔끔하다. 국물 맛 하나로도 이미 80%는 성공이다. 한 입 머금으면 입 안 가득 담백한 향이 퍼지며, 속이 편안해진다. 국수 위엔 다진 마늘과 김가루, 다진 파가 곁들여져 있어 씹는 맛과 향의 조화도 훌륭하다.

 

이곳의 특징은 바로 ‘옆자리 정’이다. 좁은 가게 안에서 모르는 사람과 나란히 앉아 국수를 먹다 보면, 자연스레 말 한마디가 오간다. “국수 참 잘하네.” “여긴 손칼국수가 진짜야.” 이런 짧은 대화들이 쌓이며, 음식과 함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까지 오간다.

▣ 서면시장에서 먹는다는 것
서면시장의 음식들은 단순히 맛있어서가 아니라, 그 안에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특별하다. 아침 일찍 국물을 내며 하루를 시작하는 국밥집 사장님, 하루 종일 기름 앞에 서서 닭을 튀기는 아주머니, 면을 직접 썰며 국수를 만드는 할머니. 그들은 모두 이 시장을 지키는 무형의 문화재들이다.

관광지로서의 부산은 해운대, 광안리, 남포동 등 화려한 이미지가 있지만, 서면시장 같은 곳에서는 진짜 부산 사람들의 일상을 느낄 수 있다. 여전히 현금이 익숙하고, 인사 한 마디로 신뢰가 오가는 공간, 바로 그 공간이 주는 맛은 어떤 레스토랑보다 깊고 넉넉하다.

▣ 서면시장, 음식과 사람을 닮은 공간
서면시장 맛집을 돌아보며 느낀 건 하나다. 이곳의 음식은 사람을 닮았다. 투박하지만 정이 있고, 부담 없이 다가올 수 있으며, 오래 남는다. 국밥 한 그릇, 통닭 한 조각, 칼국수 한 젓가락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하나의 추억이 된다.

다음에 부산을 찾는다면, 관광지만 둘러보지 말고 서면시장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이곳에선 음식을 통해 도시의 깊은 뿌리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한 입 한 입이 여러분의 여행을 조금 더 풍성하게,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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