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다낭의 숨겨진 보물, 오행산(오행山)의 매력
베트남 중부 다낭(Da Nang) 시 외곽, 남중국해가 내려다보이는 평야 지대에 자리 잡은 오행산(Ngũ Hành Sơn)은 다낭 여행자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명소 중 하나다. 한자로는 ‘五行山’, 영어로는 'Marble Mountains(대리석 산)'으로 불리는 이곳은 단순한 자연 명소가 아닌, 수천 년에 걸친 베트남의 역사, 종교, 문화가 켜켜이 쌓인 신성한 장소다. 이름부터가 ‘오행’(수(水), 화(火), 목(木), 금(金), 토(土))에서 유래했듯이, 이곳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 그리고 영적인 힘이 공존하는 장소로,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명상과 내면 성찰의 장소로도 사랑받고 있다.
오행산의 역사적 스토리
오행산은 고대 참파 왕국(Champa Kingdom) 시절부터 중요한 성지로 여겨졌다. 참파는 인도문화의 영향을 받은 베트남 중부 지역의 고대 왕국으로, 힌두교와 불교가 혼합된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오행산의 동굴과 자연 동굴 사원들은 이 당시부터 종교적 제의가 행해지던 신성한 장소였다.
19세기에는 응우옌 왕조 시절 불교가 융성해지면서 이 산은 베트남 불교의 명산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오행산 내에는 수많은 불교 사원과 석굴, 그리고 승려들이 수도 생활을 했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역사적으로도 유명한 일화 중 하나는, 오행산이 프랑스 식민지 시절과 베트남 전쟁 당시에도 피난처 및 은신처로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복잡하고 미로처럼 얽힌 동굴 구조는 실제로 베트콩(Viet Cong)의 은밀한 이동 경로로도 활용되었으며, 지금도 그 흔적을 일부 엿볼 수 있다.
다낭 여행지로 오행산을 추천하는 이유
문화와 자연, 영성이 공존하는 복합형 여행지
오행산은 단순히 산을 오르는 체험이 아니다. 수백 년 된 사찰과 동굴을 보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짓는 스토리를 듣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종교적 경건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정신적인 힐링과 시각적인 감동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여행지다.
다낭 중심지에서의 뛰어난 접근성
다낭 시내에서 차로 약 15~20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당일치기로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미케 해변이나 바나힐을 관광한 뒤 가볍게 들르기에도 부담 없는 거리다. 교통이 편리하고 관광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 여행 동선 짜기에 매우 유리하다.
사진 촬영과 감성 여행에 완벽한 장소
동굴 내부의 신비로운 빛, 사원의 웅장한 불상,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다낭의 전경 등, 오행산은 말 그대로 ‘포토 스팟’의 연속이다. 특히 인스타그램 감성을 좋아하는 젊은 여행객들에게는 SNS용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베트남 불교문화와 전통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간
단순한 ‘보는’ 여행을 넘어, 베트남의 종교와 철학, 전통에 대해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교육적 가치가 있다. 불교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은 물론, 동양 철학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장소다.
사계절 방문 가능한 기후 조건
베트남 중부는 우기와 건기가 뚜렷하긴 하지만, 오행산은 비교적 기후 영향을 덜 받는 편이다. 약간 흐리거나 살짝 비가 오는 날에도 동굴 탐방이 가능하며, 오히려 안개가 낀 날엔 신비로운 분위기가 더해져 특별한 경험이 된다.
오행산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인문적, 역사적, 문화적 깊이를 지닌 명소다. 다낭에서의 여유로운 바닷가 휴양, 도시 탐방 사이에 이곳을 찾으면 여행의 결이 달라진다. 동굴 속 신비로운 고요함, 산 정상의 시원한 바람, 석불 앞에서의 묵념. 그것들은 단순한 추억을 넘어 여행자의 마음속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베트남을 다시 찾게 되는 이유, 다낭이 단지 ‘핫한 도시’가 아닌 특별한 곳으로 기억되는 이유. 그 중심에는 바로 오행산이 있다.
신비와 신앙이 살아 숨 쉬는 곳, 오행산에서 만난 다낭의 또 다른 얼굴
다낭을 떠올리면 보통 푸른 미케 해변, 바나힐의 동화 같은 케이블카, 한강을 가로지르는 용다리의 불꽃쇼가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조금만 시선을 돌려보면, 그 반짝이는 도시의 화려함과는 전혀 다른 결의 풍경이 나타난다. 그곳이 바로 오행산(Ngũ Hành Sơn)이다. 수천 년 전부터 영적인 장소로 여겨졌으며, 지금도 수많은 이들이 소원을 빌기 위해 찾는 베트남 중부의 영산. 나는 이곳에서 도시 여행으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깊고 묵직한 울림을 경험했다.
▣ 전설이 살아 숨 쉬는 산
오행산은 단순히 다섯 개의 산이 아니라, 각 산마다 고유한 이야기와 전설을 품고 있는 산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전설은 '용과 연꽃, 그리고 조개껍질'에 얽힌 이야기다.
옛날 옛적, 한 어부가 바닷가에서 커다란 조개껍질을 발견하게 된다. 조개 안에는 커다란 보석처럼 빛나는 달걀 하나가 있었고, 그 알에서 태어난 소녀는 천상의 존재와도 같았다. 하늘의 신은 그녀를 다시 데려가기 위해 땅을 울렸고, 그녀가 머물렀던 자리에서 다섯 개의 산이 솟아났다고 전해진다. 바로 그 다섯 산이 오늘날의 오행산이며, 각각 수(水), 화(火), 목(木), 금(金), 토(土)의 이름을 지녔다. 이런 신화는 베트남 민간 신앙과 불교 사상, 그리고 중국의 오행 철학이 융합된 독특한 세계관을 보여준다.
이 전설은 단순한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현지인들은 실제로 오행산이 천상의 에너지를 머금은 곳이라 믿고 있으며, 큰 결정을 앞두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예컨대, 결혼을 앞둔 커플이 부부의 평안을 기원하러 오거나, 사업을 준비하는 이가 번영을 빌러 찾아오기도 한다.
▣ 동굴, 그 깊은 안쪽의 고요한 사원들
수산(Thủy Sơn)은 외부에서 보기엔 그저 초록빛이 짙은 작은 산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하나의 신비로운 세계가 숨어 있는 복합 구조물이다. 내가 오행산을 찾았던 날, 약간 흐린 하늘 아래로 바람이 스치고 있었다. 계단을 올라 동굴에 들어섰을 때, 문득 공기의 밀도가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그곳은 세상의 소리가 멈춘 듯한 고요함이 지배하는 공간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단연 통티엔동(Huyền Không Cave)이다. 넓은 돔 형태의 천장과 그 위로 뚫린 틈 사이로 빛줄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태양의 각도에 따라, 마치 신의 손길처럼 보이기도 하고, 영혼을 깨우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동굴 안에는 절을 올리는 현지인, 기도를 바치는 승려, 눈을 감고 명상하는 여행객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염불 소리가 낮게 울려 퍼질 때, 이 공간은 단순한 동굴이 아니라 신의 목소리가 반사되어 울리는 성소처럼 느껴졌다.
또한, 탐토이동(Tam Thai Cave)과 린웅사(Linh Ứng Pagoda) 역시 오랜 세월을 거쳐 보존된 귀중한 공간들이다. 이곳의 불상은 대부분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있고, 세월의 때가 오히려 신비로움을 더해주었다. 어느 사찰의 한 벽면에는 '무상(無常)'이라는 한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이곳의 모든 풍경은 그 짧은 단어 하나를 완벽히 구현하고 있는 듯했다.
▣ 현지인에게 오행산이란
관광객에게 오행산은 '볼거리'이지만, 현지인에게 오행산은 '믿음의 대상'이다. 특히 테트(Tết, 베트남 설날) 기간에는 수많은 다낭 주민들이 가족 단위로 이곳을 찾아 기도를 올리고 복을 빈다. 산 중턱에는 종교 행사와 점술, 제물 봉헌을 위한 작은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으며, 향 냄새가 하루 종일 산 전체를 감싸고 있다.
▣ 오행산에서 느낀 여행자의 시선
여행을 하며 많은 명소를 방문했지만, 오행산처럼 한 장소에서 시간의 흐름, 인간의 기도, 자연의 정수, 신화의 전설이 공존하는 곳은 드물다. 다낭의 햇살은 강렬했지만, 오행산의 그늘과 바람은 조용하고 깊었다. 이곳에서 나는 혼자라는 감각, 자연과 연결된 듯한 느낌, 그리고 ‘여기까지 와서 참 다행이다’는 진심어린 감탄을 동시에 경험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길, 지나온 산과 도시 풍경이 겹쳐 보였다. 저 멀리 바다가 빛나고 있었고, 해변과 건물들이 보였지만, 나의 시선은 여전히 산 속 동굴의 그 고요한 어둠을 향하고 있었다. 그건 단순한 어두움이 아니라, 마음을 쉬게 해주는 어둠, 생각을 정리해주는 고요함이었다.
▣ 오행산, 여행의 끝이 아닌 시작점
많은 이들이 오행산을 ‘하나의 관광지’로 소비하고 지나간다. 그러나 조금만 시간을 들여 산길을 천천히 걷고, 동굴 속에서 숨을 고르고, 작은 불상 앞에서 손을 모은다면 이곳은 단순한 ‘볼거리’가 아닌, 인생의 어떤 시기에 필요한 ‘머무름의 장소’로 남게 될 것이다.
베트남을 사랑하게 되는 이유는 다양한 도시와 음식, 활기찬 시장과 따뜻한 사람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내면으로 들어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깊은 장소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행산은 그러한 의미에서 여행의 끝이 아닌, 진짜 시작점이 되어준다.